열사흗날 밤.
지난밤 고민하다 멀리 장자의 제물편까지 갔다가 터덜터덜 돌아왔다. 자유롭게 노니는, 소요유가 좋긴 하다만......아침 눈뜨고 학교로 가면서 하이쿠 시선집이 있으면 결판내리라 마음먹었는데 열사흗날 밤,에 마음을 붙였다. 십삼야,라고도 한단다.
도서관 각진 구석에 앉아 수업 준비를, 준비만 하고 오랜만에 본 S언니에게 고마워서 맛있는 커피를 한잔 얻어 마셨고 정말 너무 혼자 고민하다가 미안함이 빵빵해진 지금에야 L작가에게 전시하시죠,하며 전화해서 잘하지도 못하는 너스레를 떨었고 Y선생님께 열사흗날 밤이예요,라고 참 대책없이 타이틀을 말씀드렸더니 마음 좀 좋으신 선생님, 부제 좀 달아라 하시곤 손 놓으신다. 디자이너 미팅도 잡았고 이제 좀 며칠 서문 쓰고 그걸로 보도자료 쓰고 그럼 되지 않나 싶은데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마음이 영 쑥쑥했다. 호르몬 이상인가, 그냥 그렇게 믿으며 돌아와서 유한락스 풀어 바닥을 닦았다.
저녁은 내가 좋아하는 연어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려나 해서 연어와 홀스래디쉬, 무순을 먹다가 접시가 빈 순간 짧게 비명을 질렀다. 앗, 맥주있는데. 함께 먹고 마실 타이밍을 놓쳐버렸지 뭐야. 어찌되었건 맥주는 마시고 있다.
연휴 기간, 알 수 없이 맥놓고 있었다. 물론 대학 선배 M오빠와 R언니와의 성대앞 회동은 좋았다. 당구도, 오락실도 가는 그런 풋내. 그리고 마루 밑의 아리에티도 좋았다. 술처먹고 이쁜 영화보러가는 내 꼬락서니에 아리에티에게 미안했지만. 또 기간 동안 읽은 정성일 평론집들도 좋았다. 담백해서 단 책들이 준 각성이 있다. 하지만 난 현실과의 거리감 조절에 늘 실패하는 듯 싶다. 호흡 말이다. 이렇게 원하는데도 말이다.
그 사이 심심풀이로 달인쇼를 보았다. 눈여겨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한 개그맨을 위한 쇼로 눈을 열었더니 마음이 여간 짠한게 아니다. 김연수의 달로간 코메디언을 읽고난 느낌. 김병만같이 근사한 개그맨이 있다는 것이, 성패를 알 수 없는 미래를 견뎌야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 아닐까.
아휴. 어쨌든 호흡.
바우하우스, 블랙마운틴 컬리지, 제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존 케이지 등등.
지난밤 고민하다 멀리 장자의 제물편까지 갔다가 터덜터덜 돌아왔다. 자유롭게 노니는, 소요유가 좋긴 하다만......아침 눈뜨고 학교로 가면서 하이쿠 시선집이 있으면 결판내리라 마음먹었는데 열사흗날 밤,에 마음을 붙였다. 십삼야,라고도 한단다.
도서관 각진 구석에 앉아 수업 준비를, 준비만 하고 오랜만에 본 S언니에게 고마워서 맛있는 커피를 한잔 얻어 마셨고 정말 너무 혼자 고민하다가 미안함이 빵빵해진 지금에야 L작가에게 전시하시죠,하며 전화해서 잘하지도 못하는 너스레를 떨었고 Y선생님께 열사흗날 밤이예요,라고 참 대책없이 타이틀을 말씀드렸더니 마음 좀 좋으신 선생님, 부제 좀 달아라 하시곤 손 놓으신다. 디자이너 미팅도 잡았고 이제 좀 며칠 서문 쓰고 그걸로 보도자료 쓰고 그럼 되지 않나 싶은데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마음이 영 쑥쑥했다. 호르몬 이상인가, 그냥 그렇게 믿으며 돌아와서 유한락스 풀어 바닥을 닦았다.
저녁은 내가 좋아하는 연어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려나 해서 연어와 홀스래디쉬, 무순을 먹다가 접시가 빈 순간 짧게 비명을 질렀다. 앗, 맥주있는데. 함께 먹고 마실 타이밍을 놓쳐버렸지 뭐야. 어찌되었건 맥주는 마시고 있다.
연휴 기간, 알 수 없이 맥놓고 있었다. 물론 대학 선배 M오빠와 R언니와의 성대앞 회동은 좋았다. 당구도, 오락실도 가는 그런 풋내. 그리고 마루 밑의 아리에티도 좋았다. 술처먹고 이쁜 영화보러가는 내 꼬락서니에 아리에티에게 미안했지만. 또 기간 동안 읽은 정성일 평론집들도 좋았다. 담백해서 단 책들이 준 각성이 있다. 하지만 난 현실과의 거리감 조절에 늘 실패하는 듯 싶다. 호흡 말이다. 이렇게 원하는데도 말이다.
그 사이 심심풀이로 달인쇼를 보았다. 눈여겨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한 개그맨을 위한 쇼로 눈을 열었더니 마음이 여간 짠한게 아니다. 김연수의 달로간 코메디언을 읽고난 느낌. 김병만같이 근사한 개그맨이 있다는 것이, 성패를 알 수 없는 미래를 견뎌야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 아닐까.
아휴. 어쨌든 호흡.
바우하우스, 블랙마운틴 컬리지, 제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존 케이지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