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1

2013. 1. 1. 11:44 from 카테고리 없음
우엘벡은 소설가로서의 이력을 반추하며 그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늘 메모하고 문장들을 늘어놓아볼 수는 있지만, 소설을 쓰려면 이 모든 것이 촘촘해지고 논박의 여지가 없게 될 때까지, 필연이라는 진정한 핵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그러면서 소설은 절대 소설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책은 굳기를 스스로 결정하는 콘크리트 블록과도 같아서,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거기 그렇게 존재하며 무기력한 번민 속에서 책이 저절로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 순간 제드는 자신이 무기력 때문에 번민하는 일은 이제 다시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p. 305.

미셸 우엘벡(Michel Houellebecq)의 지도와 영토(La Carte et le Territoire)를 읽었다. 한달 이상이 걸렸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한숨에 읽기에는 분량이 많지만 완급과 고조가 있다보니 오래걸렸나보다. 생각해보면 주로 읽은 곳은 지하철 안이었다. 소설 읽기가 쉽지 않다. 몰입을 두려워했는데 그게 습관처럼 굳은 것 같기도 하다.

창밖엔 눈이 내린다. 1월의 남미는 명랑했는데. 다음 읽을 책으로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의 대통령 각하와 로베르토 볼라뇨의 칠레의 밤을 골라놓았다. 아스투리아스는 과테말라 출신이다. N이 과테말라 혹은 프랑스 리용에 갈지도 모른단다. 아직 모를 일이지만 그것 참 괜찮은 생각같기도.

1월에 읽을 책들.
들뢰즈, 영화
베르그손, 물질과 기억. 창조적 진화
들뢰즈, 천개의 고원
미셀 셰르, 헤르메스
레비-스트로스, 야생의 사고
마르셀 모스, 증여론
모리스 고들리에, 증여의 수수께끼
할 포스터 외, 1900년대 이후의 미술사
David Joselit, After Art. Feedback:Television against Democracy

Posted by diewinterrei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