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얼굴

2013. 11. 6. 10:50 from 카테고리 없음
친구 블로그 창을 열면 아기 그리고 아기를 위해 그녀가 직접 만든 배게가 보인다. 유순한 삶이 배게에 고여 있다. 아니라 얘기하겠지만 또 정말 아니라고 말하기도 힘들게다.

가을들어 스승의 일들에 이리저리 바빠요-라며 심난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 알 것 같다. 나는 늘 바쁠거고 바쁘지 않은 날은 내가 야금야금 소비하고 있다는 거. 그러니까 나는 늘 바쁠거고 길거리에서 빵 사들고 허기를 떼우듯 그렇게 드문 시간들이 내 시간이니 바쁘다 할 것도 없네. 11월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책상 몇 센치가 뭐에 생활에 변화를 준다고, 마음의 새 결심이 선 날은 책상을 방에서 이리저리 옮겨본다. 왼쪽으로 갔다 오른쪽으로 갔다......바보야! 이번엔 오른쪽이었다.

미셸 아리베 교수의 강연을 몇 차례 들었다. 정성스럽게 말씀하시는 와중 반가운 불어 단어들이 계속 쏟아졌지만 반가울 뿐 누군지는 잊어버린 어느 자리나 다를 바 없었다. 원, 독어도 마찬가지인데, 이번에는 트라클의 시집을 집어 들었다. 왼편은 국어, 오른편은 독어로 병기된 시집이다. 보고 또 보면 정들지 않을까.

가을 깊어가고, 시를 읽고 싶고, 인문적 바람이 그리운 날이다.

Pawel Althamer, Path, 2007


Posted by diewinterrei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