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9

2012. 1. 29. 07:17 from 카테고리 없음
사이클이 뒤집혔다. 자지못하고 깨어있었다. 사소한 계획을 세우고 읽을 거리를 찾아서 웹을 헤매였다. 앗제는 새벽 거리를 돌아다녔는데 나는 밖으로 나돌지 않고 게으르게 안으로 파고들었다. 기사들을 읽다가 오랜만에 신형철의 글을 찾아 읽었다.

말하자면 나는 ‘소설적인 문장’이라는 것이 따로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저 아름답게 쓰면 된다는 뜻이 아니다. 요령부득의 문장을 써놓고 폼을 잡아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동어반복처럼 들리겠지만, 소설적인 문장은 ‘소설적인 문장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속에서 고뇌한 흔적을 품고 있는 문장이다. 추상적인 명제이지만 정직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그 고뇌는 반드시 전달된다. 속도감 있게 읽힌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이라고 믿는 소설가, 동시대의 전위적인 시를 따라 읽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소설가들에게는 아마 무의미한 진리이겠지만. (신형철, 우리가 소설을 내려놓는 순간, 한겨레21 891호 중)

페르디두르케에 대한 글을 써야하는데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하다 Y 선생님께 어쩌면 좋을까요 여쭸다. "형식에 대해서 쓰세요. 다만 철학적이지 않고 문학적으로요." 끄덕이면서 젓는다는 게 이럴때일까. 철학적이지 않게, 문학적으로. 맞는 말인데 너무 맞으면 묘하게 틀린 것처럼 느껴진다. 아. 생각해보니 나는 철학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무언가를 쓰지 못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차이가 오롯하지 못한가보다. 내것이 아니기에 망설이나보다. 안그래도 되는데 나는 꼭 의무와 책임감으로 과도한 설정을 하고 거기에 도달하려고 피폐해진다. 아니 왜 페르디두르케람.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피하려다 폴란드 국경 수비대에게 걸려 심문당하는 꼴이지 않나.

Posted by diewinterrei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