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

2014. 8. 19. 21:26 from 카테고리 없음
여름 간다. 밤이면 가을을 느낀다.

엄마는 종종 돈을 부치신다. 필요없다고 해도 한사코 보내신다. 짐작해보면 마음이 공허할 때 돈을 부치시는 것 같다. 엄마로서의 존재를 돈으로 느끼시는 듯 하다. 나는 마음이 공허할 때 편지를 쓰거나 선물을 산다. 받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지만 주는 것은 내가 정할 수 있다. 밥을, 편지나 엽서를, 선물을, 책을 고르고 건낸다. 나도 묘하게 엄마를 닮아 있구나.

여름 온도가 내려가면서 마음의 온도도 함께 하강한다. 이 여름, 뜨거웠나. 갈피잡지 못해 달떴나. 도서관에 앉아 화집을 넘기며 마음을 조금씩 잡아 맨다. 예술 그것 뜨겁지만 종이라는 게 사람을 유순하게 만드는데가 있다. 종이 안에 담긴 작품을 보며 마음이 반듯해 진다. 네모나 진다. be normal. 혹시 올지도 모를 상처 앞에서 마음의 빗장을 걸어야지. 정답은 아닌 듯 하지만, 더 위태롭게 둘 수는 없다. 좀 못났지만 다치는 것도 두렵다.

야나와 며칠 편지를 주고 받았다. 원고 청탁 일로 왕래했는데, 그녀에게 이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망중한이란 이런 것이지 않을까. 해변에 야나가 누웠고 나도 슬며시 그 옆에 자리 잡았다. 눈을 감고 해를 느꼈다. 포근한 모래와 파도 소리. 다시 못느낄지도 모를 여름의 바이칼. 순간 순간이 위안이었네. 그땐 잘 몰랐는데.


Posted by diewinterreise :